유리로 된 고래 같았다. 모래 색 평원을 해안 삼아 잠시 쉬러 나온.
빛에 반짝이는 몸통은 금방이라도 다시 끝없는 바다로 뛰어들 것만 같았다.
고래의 옆구리에는 아스팔트 도로가 곧게 뻗어 있었고,
미지의 모험을 꿈꾸는 사람들이 서둘러 옆구리 구멍으로 들어갔다.
고래는 얌전히 그들이 다 올라타기를 기다렸다. 대학교 3학년, 공항에 대한 내 첫인상이다.
그 후 몇 차례 이런저런 일(주로 마중이나, 배웅 같은)로 공항을 가게 됐다.
그러면서 공항에 대한 내 첫인상은 약간의 환상까지 버무려져 더욱 깊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공항이라는 장소에 안정감을 느끼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일 없이도 공항에 가기 시작했다.
특히 마음에 구름 끼고 뇌가 푸석한 날에는 어김없이 공항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곤 한다.
나는 거대한 고래의 뱃속에 앉아,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 막 돌아온 사람들을 보는 게 좋다.
그러고 있으면 마치 갓 만들어진 피가 심장에서 뿜어 나오는 기분이 들고, 머리도 상쾌해진다.
그곳은 자유가 넘친다. 심지어 화장실세면대 수도꼭지에도, 엘리베이터 안 2층 버튼에도,
속이 다 보이는 쓰리기통에도 자유가 묻어 있다. 모두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자유로워, 너무나 자유로워!’
비행기는 자유 그 자체다. 알록달록 고유의 색을 뽐내는, 쇠로 만들어진 이 커다란 잠자리 떼들은
평소에는 줄지어 나란히 햇볕을 쬐며 수다를 떨다가도
한번 비행하기로 마음먹으면 수백 톤의 몸에도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쇠뭉치 잠자리의 이륙은 요란하지만 소란스러운 대신 경쾌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위험한 대신 신난다.
나보다 몇 천배는 무거운 쇳덩어리가 나는 모습을 보면
언젠가는 나도 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힘을 얻는다.
자유, 꿈, 희망. 관념적이기만 했던 세상의 단어들이 살아나 말을 거는 그 곳.
공항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