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올라오다 왠지 지쳐서 그냥 그대로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닥의 차가움이 등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시원했다.

두시간 가까이 잤나보다. 멍하니 있는데 가방이 보였다.

하루종일 가방에서 꺼내는 건 거의 없는데 늘 무겁지 않았나.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어내 보니, 별 건 없다. 파일케이스, 낙서노트, 낙서다이어리, 신문지, 영화팜플렛들, 독일잡지 등.

좀 두꺼워보이는 파일케이스. 를 정리하기로 했다.

에이포지 가득한 수요일 스터디용으로 지난 주 스터디를 해체키로 잠정 결정을 내린 터.

쏟아보니.

1년 동안의 작문들, 글, 기획안, 

첫 스터디 때 받은 다른 스터디원들의 기획서들도 있었다. 

그리고 낙서 낙서 낙서. 파일 속, 그 어떤 에이포지도 나의 낙서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기획서든, 작문이든, 논술이든, 그냥 백지든

귀퉁이든 상단이든 하단이든 가운데 대놓고든.

새삼스러웠다. 기분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챘는지 모르지만, 스터디동안 난 많은 초간, 많은 분간, 때론 시간.

몽상에 빠져 있었고, 의식을 쓸데없는 잡생각에 맡기곤 했었다.

이상하게도 수요스터디시간은 내가 꽤 편안히 flow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시 얼마간의 멍한 시간이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낙서를 위해서 스터디가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왜냐면 나에게 낙서는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가벼운 고민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내 욕심을 채울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T a g l 2009/06/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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