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0/03/11 법정스님 입적
  2. 2010/03/08 무식한 놈
  3. 2010/03/04 사과
  4. 2010/02/25 씬 하나 추가
  5. 2010/02/10 약국이 있던 자리
  6. 2010/02/08 나열된 것들의 관계
  7. 2010/01/23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
  8. 2010/01/22 조잡한 인생설
  9. 2010/01/21 유치찬란
  10. 2010/01/18 없는 남산 식물원에 갔다.
  11. 2010/01/11 내가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
  12. 2009/12/29 말하기의 힘겨움
  13. 2009/12/27 빈털털이 인생
  14. 2009/12/03 나는 우주다
  15. 2009/11/24 기대하지 않으면 되는건데
  16. 2009/11/23 은행가기
  17. 2009/11/10 불현듯 슬픔
  18. 2009/10/30 오늘도 다치게 하다
  19. 2009/04/06 오늘도 나는 인천공항리무진을 탄다
  20. 2008/12/26 정리가 찾아 온 날
  21. 2008/04/08 나는 잔인하다
  22. 2008/03/22 떡볶이는 양반이다.
  23. 2007/11/18 그런들 어떤가요.



모처럼 하늘이 푸르구나.

스님의 열반소식을 들었다.


책장에서 <무소유>를 꺼내 앞장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적는다.

'2010. 3. 11. 법정스님 입적.'


그리고 23 쪽부터 시작하는 무소유를 한번 더 읽는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물건 뿐 아니라 마음을 얻는 일도 마찬가지일터.


어제 깨달았던 끊임없는 갈증에 이르는 길이 무소유를 통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오늘 희미하게 느낀다.

미묘하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3/11 16:36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비평이나 해설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장르는 미술이다.

자신에 가득찬 사람의 해설을 읽다 보면 심지어 어떤 그림의 붓터치하나. 줄 하나를 잡아들고

"작가의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로선 받아들이기엔 아직 무리다.


작품의 작가가 직접 해명을 한다해도 "정말 그 때 그런 마음과 감성으로 그린 거냐"고 핏대를 세울 판에.

관계 나이한. 다른 사람의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릴리 없다.

피카소를 모르고도.
마드리드 국립소피아왕비예술센터에서 만난 "게르니카" 앞에서 목이 메이고.
니스에 머문 3일동안 매일 샤갈 미술관을 찾아가 반나절씩 앉아 있게 만들었던 '무엇'만을.

굳게 믿는 멍청하고 무식한 나란 놈.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알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3/08 18:13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어두운 골목.

차가운 백열등 걸린 1톤 트럭 한가득 사과다.

지저분한 모자 아래 희끗한 머리. 두꺼운 항공잠바 움츠리고 쭈그려 앉아. 

남자 사과를 씹고있다. 

눈을 내리깔고. 느리게. 으적. 으적.


내 품의 봄이.

부끄러워 달아났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Q i s m l 2010/03/04 23:48


어제.

한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

손님없는 밤 일찍 카페문을 닫은 형님도 함께.

차마시 듯. 술을 들고 두런두런. 오늘 새벽까지 담소를 나누는데.
 
카페야외테이블이나, 그 앞 골목이나, 옆 거리나,

부드러운 공기가 가득 찬.

그래서 하릴없이 그 앞에 서다 거닐다.

이야기를 하다 마시다.

봄인지.

몽상 때문인지.


마치 달 뜬 사람처럼 웃음이 실실 났던 날이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2/25 19:09

약국에 갈 일이 생겼다.

우산을 쓰고 바로 앞에 새로 생긴 곳으로 갔다가,

예전 살던 동네 약국이 생각났다.

할아버지가 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TV를 보고 있던 곳.

약국인데 들어가면 한약냄새가 났다. 나 어렸을 때처럼.

걸어서 한 10분 정도면 가는 곳이라 산책 겸 걸었다.

다 왔는데 약국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 바뀌었는지 떡볶이 집이 덩그러니.


어쩔까 그 앞에서 서성대다가.

돌아가기 보단 계속 가보기로 했다. 약국이야 또 있겠지.

한참 걸어서 어느 약국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시 집 앞으로 와서 새로 생긴 약국에 갔다.


남는 이야기.
아 통화 오래하기는 너무 어렵다. -_-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2/10 00:20


긴 머리를 잘랐다. 
머릴 묶던 작은 고무밴드들은 다시 당분간 여기저리로 숨어들 시간이다.
미련 같은 건 없다. 3개월이면 다시 길테니까.
신봉선이 있었다.
실물은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고 보통이었다. 얼굴도 평범한 크기였다. 메이크업의 힘인가.
뒤뚱거리면서 걷는 건 일부러 그런건지 알 수 없었다.


요즘 연기하는 지인들 덕분에 대학로에 자주 간다. 호강이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를 봤다.
웰 메이드. 근래 봤던 연극 중.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웠다.
이번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나를 부른 연기자가 단연 빛났던 연극도 드물다.
박신양이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끝나고 보니 나를 부른 연기자의 선배로 왔다.
박신양은 머리가 굉장히 컸고 등치가 있었으며 키는 작았다. 나를 부른 연기자는 키는 작았고 외소했으며 머리는 박신양의 반도 안됐다.


영화 <용서는 없다>를 봤다. 소문대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왠만한 배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뚫고 고개를 내미는 배우들도 있다.
이번에 설경구와 류승범은 튀지 않음에 만족하는 듯 했다.
보고 나오는 저녁공기가 시원했다.


주말에 트윗을 안했다. 살짝 중독수준이라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
어느새 몸까지 빠졌던 것 같지만.
수영보다는 걸터 앉아서 발만 찰랑거리는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먹었다.
다 마시고 나니.
미숫가루가 우리집에 온지 1년이 넘었음이 떠올랐다.
창문을 열었다. 비냄새가 났다.


미숫가루가 마음에 걸리지만.
더 힘을 내보기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2/08 16:20



난찾아먹는타입은아니다
다만활동범위내에손닿는곳에있는녀석들은정줄놓고초토화시켜버린다
그런데모니터옆에서있으면서도아직살아남은녀석이있다
와사비땅콩한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1/23 15:32


혼자 가는 거다.


옆에 같이 걷고 있던 사람이 조금씩 벌어져.
 
그래서 먼지보다 작아져 보이지 않아도 떼쓰지 않고 싶다.

갑자기 누군가 등에 달라붙어도.
 
밀어내지 않고 싶다. 

내가 처음 두려움에 떨며 젖은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 사람이 옆에 있었던가. 

결국에는 내가 다시 흙으로 고꾸라질 때도.
 
그가 뒤에 붙어 있을까.


과거가 미래로 가는 어떤 대열에 나는 떨어졌을 뿐.

미래가 과거가 되어.
 
모든게 다시 희미해질 때까지 단지.
 
겹치고 엇갈리고 나란히 섰다 붙었다 갈라지고 엉켰다 풀어질 뿐.
 
아닌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1/22 12:28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한다. 언젠가 누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에드워드 호퍼가 생각난다고 했을 때, 내색은 전혀 안했지만. 뛸 듯이 기뻤다. 유치하지만 그렇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1/21 22:45


남산타워가 있는 꼭대기보다

남산도서관 뒷 쪽 식물원이 있던 터가 더 좋다.

어쩐지 아래서 올려보는 남산타워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

예전엔 식물원과 함께 동물원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작은 동물우리?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눈에 안보이면 마음에선 멀어질지 몰라도.

기억은 치워지지 않고 남는데.

그래서.
서글픈 마음이 예고없이 찾아 들곤 한다.



by 아이퐁


묶은 머리 적응기간.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1/18 11:33


마음이 복잡하고 지저분할 때.
 
사람들은.
 
방청소를 하거나, 책상을 정리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쓰레기를 모아 내다 버린다.

이런 비유적 행동들이
 
마음을 정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10/01/11 11:21


확실히 나는 말로 사람과 소통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느낀다.

내 뇌속에는 언어 보다는 이미지가 늘 범람하고 있는 탓이다.

외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것 뿐 아니라.

내부에서 솟아나는 감정과 생각들 모두가

어떤 이미지다.

그렇다보니.

그것들을 말로 설명하는데 있어 곤란함을 느낀다.


특히 나만의 이러한 체계로 삶을 사는데 있어

가장 힘든 건. 

음성을 통한 말이라는 소통도구를 사용한 사람과의 대화다.


때때로.

아니 자주 나는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물론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상대 역시.

내가 전하고자 하는 thing을 당연히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걸 보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확실히 언어는 완벽한 소통도구가 아니다.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래서 종종 그냥 입을 다무는게 편할 때가 많다.

그건 상대를 무시해서라거나, 소통에 대한 의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완벽한 소통에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나마 음성을 통한 말보다는 낫지만, 글 역시 마음에 들지는 않다.

지금 이 글 조차도.


계속 다른 소통의 도구를 찾으려하는 욕구는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2/29 17:46



원래 가진게 없는 사람은.

뭐 작은거 하나라도 주머니에 들어 있으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하루종일 불안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건.

주머니에 든 그것이 내 것처럼 여겨지진 않을까.

하는 거다.


왜냐하면 태생에 주어진게 없는 우리 같은 족속들은.

한번. 내 것이라 생각하면.

절대.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머리를 흔들며. 아니라고. 털어 내는 버릇이 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2/27 21:25


며칠사이
내방은하나의쓰레기우주가됐다.
커다란침대위나를중심으로다양한크기와색깔의쓰레기행성들이비규칙적으로배열하고있다.
가끔나우주가움직인다.
여타다른우주와다른게있다면.
행성들이우주를따라움직이거나일정한간격을유지하며돌지않고나우주가행성사이를요리조리피해다녀야한다는점이다.

조만간이우주를다쓸어버려야겠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2/03 16:56


기대하지 않는다.


차갑고 인간적이지 않아 보이겠지만.


그런 감정 소모. 지쳐버려 싫어.

어떤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비록 차갑고 매끄러운 인간이 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1/24 17:05


프랭클린다이어리를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날 정도로

무질서한 인생을 사는 나로서도

그저 흘러버린 시간이 아까워 불편함을 느끼는 곳이 있다.

관공서. 은행.

그 곳들은 아무리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가도

가깟으로 일이 처리되는 신기한 곳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멍하니 앉아 모니터를 보거나,

앞에 앉은 대머리 할아버지의 벗겨진 부분의 면적을 계산하는데 소모한다.


오늘도 난. 영업 종료가 다 되어가는 4시가 되어서야 데스크앞에 앉았다.

하지만 인상 좋은 직원 아저씨는 내 카드의 오류를 처리해주지 못했다.

다만 자신은 카드업무를 할 줄 모르며,

카드담당이 몸살감기에 걸려 월차를 냈고,

게다가 오늘따라 사람이 몰려 다른 직원도 바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일 다시 오시면 번호표 없이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인상좋은 아저씨는 송구스러운 얼굴로 미안함을 표시했다.

뒤에서는 한 40대 남자손님이 곧 영업마감인데 일을 빨리 처리하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러죠. 뭐. 그러죠. 그러죠. 하면서 은행을 나오는데.

이런 생각에 화가 슬그머니 났다.

'이래저래 1시간을... 난 그곳에서 뭐한거지..?'


내일은 얼마나 여유롭게 가야할까. 몸살걸린 직원은 내일 출근할까.

아 정말 가기 싫다. 은행.
차라리 치과 원츄.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1/23 16:27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는 가방 앞주머니에 넣은 손.

지우개가 잡히지 않는다.

몇 번이나 휘 휘 저어도 말콩하고 작은 지우개가

없다.

늘 거기 넣어뒀는데

늘 거기 있었는데

없다. 오늘 갑자기.


커다랗게 자라나는 지우개가 머리 속에 가득

커다랗게 물 한방울 밑으로 뚝 떨어졌다.


늘 그렇게 있을거라.. 내버려뒀다가 잃어버렸던게

불현듯 생각나 슬픔.


작고 때 묻은 지우개.

우리 얼마나 오래 함께 했는데

미안.

미안.


미안. 불현듯 너도.

내가 그래..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1/10 14:09


나로 인해 누군가 상처 받는게 싫다.

나의 선택. 결단.

나의 실수. 오해.

나의 무지. 부족.

나의 오만. 자만.

때문이 아닐까.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한다.

부질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처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사랑만 아니라 숨 쉬는게 그렇다.

내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좌절하지 않겠다.

상처를 주며 태어났고 살아가지만

더 큰 희망을 이야기 할테다.



오늘도 한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나만 생각했다.

내 결정이 더 큰 희망을 피워낼 수 있기를.

잊지 않겠다. 오늘 내가 준 상처.


나의 영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9/10/30 14:36


유리로 된 고래 같았다. 모래 색 평원을 해안 삼아 잠시 쉬러 나온.
빛에 반짝이는 몸통은 금방이라도 다시 끝없는 바다로 뛰어들 것만 같았다.
고래의 옆구리에는 아스팔트 도로가 곧게 뻗어 있었고,
미지의 모험을 꿈꾸는 사람들이 서둘러 옆구리 구멍으로 들어갔다.
고래는 얌전히 그들이 다 올라타기를 기다렸다. 대학교 3학년, 공항에 대한 내 첫인상이다.


그 후 몇 차례 이런저런 일(주로 마중이나, 배웅 같은)로 공항을 가게 됐다.
그러면서 공항에 대한 내 첫인상은 약간의 환상까지 버무려져 더욱 깊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공항이라는 장소에 안정감을 느끼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일 없이도 공항에 가기 시작했다.
특히 마음에 구름 끼고 뇌가 푸석한 날에는 어김없이 공항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곤 한다.


나는 거대한 고래의 뱃속에 앉아,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 막 돌아온 사람들을 보는 게 좋다.
그러고 있으면 마치 갓 만들어진 피가 심장에서 뿜어 나오는 기분이 들고, 머리도 상쾌해진다.
그곳은 자유가 넘친다. 심지어 화장실세면대 수도꼭지에도, 엘리베이터 안 2층 버튼에도,
속이 다 보이는 쓰리기통에도 자유가 묻어 있다. 모두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자유로워, 너무나 자유로워!’

비행기는 자유 그 자체다. 알록달록 고유의 색을 뽐내는, 쇠로 만들어진 이 커다란 잠자리 떼들은
평소에는 줄지어 나란히 햇볕을 쬐며 수다를 떨다가도
한번 비행하기로 마음먹으면 수백 톤의 몸에도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쇠뭉치 잠자리의 이륙은 요란하지만 소란스러운 대신 경쾌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위험한 대신 신난다.
나보다 몇 천배는 무거운 쇳덩어리가 나는 모습을 보면
언젠가는 나도 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힘을 얻는다.


자유, 꿈, 희망. 관념적이기만 했던 세상의 단어들이 살아나 말을 거는 그 곳.
공항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U n t e r w e g s l 2009/04/06 14:51


흐리멍텅하던 머리 속이 어느 순간 갑자기 정리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은 예고없다.

오늘 아침 나는 두더지님 방바닥에서 달아나버린 잠의 흔적을
구차하게 부여잡고 누워 있었다.

이불 속에서 바로 앞에 놓인 검은 페인트 아래 나무결이 드러나는 TV 다이를
그저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며 돌렸을 때
맞은 편 벽에서 틈을 비집고 들어온 작은 햇살 조각을 발견하곤
'아 다 정리됐구나'고 혼자 중얼거렸다.

가슴은 가벼웠고 머리 속은 깔끔했다.
길지 않은, 짧지 않은 동면이었다.

거리의 차 소리들은 매번 빛을 실어 내가 누워있는 창문 너머로 따뜻함을 넘겼다.
황금빛 따뜻함이 벽에서 천장으로 번지면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일어나 창가로 갔다.
블라인드를 타고 넘실거리는 빛 때문에 마치 거리는 한여름 같았다.

거리 너머 건물들 사이로
햇살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바다가 있겠지.

나는 더이상 복잡하지 않았다.

2008. 12.26.  Herr Q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8/12/26 19:5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날인가 한번은 잠들기 전 세상 모든 것을 원망했던 적이 있다 신이 있다면 들으라며 고래 고래 욕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가에 섰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양 쪽으로 주차된 차들이 모두 빨간색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빨간색 차가 유유히 나를 올려 보며 씨익 거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8/04/08 00:43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습관적인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집으로 올라가는 길목 떡볶이노점에 들렀다.

불쌍한 백수의 마음을 아셨던 것일까. 평소처럼 떡볶이 국물 묻히지 말고 튀김 1인분을 싸달라고 하자 6개를 고르란다.


'이게 왠일? 5개였는데'


게다가 서비스라며 아주머니는 오징어 튀김 1개를 더 퐁당 던져 넣는다.

아주머니가 다 데워진 튀김을 봉지에 담는 동안 주머니에서 2천원을 꺼내 내밀었다.

잠시 겸연쩍어하시던 아주머니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기,, 오늘부터 2500원이야. 떡볶이랑 순대 다 1인분에 500원씩 올랐어."

"아,, 그래요?"


나는 얼른 주머니를 뒤져 500원을 더 내밀었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더니 그래서 그런가봐요?"

"어, 그게 좀 그러네... 미안해 학생."

"아유 아니에요. 아주머니 잘못도 아닌데.. 500원 올랐어도 튀김도 1개 더 주고 서비스도 늘 주시잖아요. 고맙습니다."

"그래. 고마워요. 미안해-"


노점의 포장에서 나올 때까지 아주머니는 계속 미안해하셨다.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라며 조금 과장해서 1인분은 족히 될 떡볶이까지 든

묵직한 검은 봉다리를 들고 집으로 올라오면서 느낀 아주머니의 미안한 마음은 오른 튀김값 500원을 훨씬 넘기고도 남았다.


참... 어떤 작자들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당을 7.5%나 올리면서도

오히려 더 허세에 느는 서비스 하나 없는데,

몇년만에 500원 오른 떡볶이는 그래도 양심적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 a g l 2008/03/22 23:09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세상에 저이들 보다 바보천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얼굴만 바라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생글에 연이어 함박 웃음을 짓습니다.


이런 사람 들을 가만히 따라가 보면 이들은 서로 떨어져서도 웃음이 마음에서 끊이질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은 마치 달빛거리를 날아갈 듯 가볍고,


작은 콧노래가 담장 위에 도둑 고양이를 멈추게 합니다.


그리고 행복에 겨워 잠 속으로 빠져 들지요.


이들은 아마 지금 당장 천국으로 가는 직행열차 표를 공짜로 쥐어 준다고 해도 마다할 바보들입니다.


 

사랑에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참 세상에 저런 바보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의 지나가는 낯선 사람의 뒷 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지 주저 앉아 버립니다.


뭐가 그리 슬픈지 매 호흡 마다 세상이 꺼질 듯 한숨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조용히 뒤에서 지켜 보자면, 이들은 눈물이 마음에서 멈추질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톡톡 떨어지는 창밖의 비만 봐도 눈가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자주 멍하니 앉아 있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리고 밤에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합니다. 참 바보입니다.



 

초여름 눈부신 사랑에서도 우린 바보고,


날씨가 너무 좋아 사랑의 빈자리가 허전할 때도 우린 바보였습니다.



그런들 어떤가요. 우리가 바보인 들.


2007.5.3. Q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Q i s m l 2007/11/18 14:40
1 

카테고리

i' m Q (158)
T a g (62)
S q u a r e (34)
S e n s e s (47)
U n t e r w e g s (3)
Q i s m (4)
F o c u s (5)
Kalte H a n d (3)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