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정문으로 가는 길.
나에게도 집과 도서관만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지.
이 길을 매일 아침, 밤 걸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순간이 지금 내 안에 남아 있을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결국. 2년 간의 좌식생활은 실패로 종결됐다.
최소한 작업공간만은 입식으로 회귀하기로 했다.
입식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모니터와 오른쪽 창을 보고 있으니
지난 2년간 내가 왜 고관절통증을 얻으면서까지, 그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나 편한데.
*
어제는 주문한 책상과 의자가 왔고. 하루종일 이사 아닌 이사를 했다.
책상. 의자 하나 더 들어왔을 뿐인데,
기존의 것들의 위치가 바뀌고 구도가 바뀌었으며 결정적으로 방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기존의 objects를 방 한가운데 죄다 끌어다 놓았다.
그리곤 그 카오스 속에 가만히 서서 멍을 좀 때렸다.
(그 사이 화장실도 몇 번 갔다오고, 전화도 받고, 마트가서 청소에 필요한 것들을 사오고, 밥도 먹었다)
방은 유기체적이다.라고 나는 믿는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책상의 위치를 잡았다.
그러자 나머지 objects들의 위치는 자연스레 결합되었다.
화룡점정인 청소는 고귀하지만, 매우 고되고 귀찮은 작업이다.
그렇게 하루가 꼴딱 가버렸다.
입식과 좌식의 유기적 공존.
새롭게 변태한 방 한 구석에 앉았다.
활짝 열어 놓은 두개의 커다란 창문으로 밤공기가 들어오자
마침내 모든게 평화로웠다.
나는 아마도 강변으로 내려가는 도로에 서 있었던 것 같아.
아스팔트 가운데 칠이 벗겨진 노란 중앙선이 보였거든.
싱그러운 내음이 나는 물이 무릎까지 찰랑거리고 있었어.
바지를 걷고 있었는데, 사실 큰 도움이 안됐어.
왜냐면 난 물 속으로 수영을 해야한다는 걸 느꼈거든.
무언가 미끄러운 게 발가락을 스치고. 사라졌어.
커다란 고래였는데 어느새 난 물 속에 들어와 있었지.
시원했어 가슴 속까지 짜릿했지.
손을 내미니까 몸이 앞으로 움직였어 마치 우주에서 유영하는 기분이랄까.
하긴 물 속도 공기가 없으니까 같은 걸꺼야.
난 물에 잠긴 다리 아래로 성당 첨탑을 지나.
도로에 줄지어선 자동차를 들여다봤어.
찰랑거리는 소리만 귓가에 울렸어.
물고기들이 나무가지에서 뛰어내리고.
나무들은 물 아래에서 잎을 피웠지.
고래가 다시 나타났어.
꼬리지느러미를 잡자, 엄청나게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어.
마치 나는 것처럼 빠르게 물속을.
숨이 가빠져서 기분이 좋아질 때 쯤 놈은 꼬리를 휙하고 흔들어 나를 물 밖으로 던져버렸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 중. 가장 기분 좋은 꿈 이야기야.
모처럼 하늘이 푸르구나.
스님의 열반소식을 들었다.
책장에서 <무소유>를 꺼내 앞장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적는다.
'2010. 3. 11. 법정스님 입적.'
그리고 23 쪽부터 시작하는 무소유를 한번 더 읽는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물건 뿐 아니라 마음을 얻는 일도 마찬가지일터.
어제 깨달았던 끊임없는 갈증에 이르는 길이 무소유를 통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오늘 희미하게 느낀다.
미묘하다.
뭐든 직접해보지 않도고 말하기는 쉽다.
웃긴 건.
직접 발을 담가도 말하기는 여전히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건 분명히. 있다.
평론가들은 그 일을 계속하려면 직접 만들 생각은 말아야 한다.
고. 생각한다.
긴 머리를 잘랐다.
머릴 묶던 작은 고무밴드들은 다시 당분간 여기저리로 숨어들 시간이다.
미련 같은 건 없다. 3개월이면 다시 길테니까.
신봉선이 있었다.
실물은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고 보통이었다. 얼굴도 평범한 크기였다. 메이크업의 힘인가.
뒤뚱거리면서 걷는 건 일부러 그런건지 알 수 없었다.
요즘 연기하는 지인들 덕분에 대학로에 자주 간다. 호강이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를 봤다.
웰 메이드. 근래 봤던 연극 중.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웠다.
이번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나를 부른 연기자가 단연 빛났던 연극도 드물다.
박신양이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끝나고 보니 나를 부른 연기자의 선배로 왔다.
박신양은 머리가 굉장히 컸고 등치가 있었으며 키는 작았다. 나를 부른 연기자는 키는 작았고 외소했으며 머리는 박신양의 반도 안됐다.
영화 <용서는 없다>를 봤다. 소문대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왠만한 배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뚫고 고개를 내미는 배우들도 있다.
이번에 설경구와 류승범은 튀지 않음에 만족하는 듯 했다.
보고 나오는 저녁공기가 시원했다.
주말에 트윗을 안했다. 살짝 중독수준이라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
어느새 몸까지 빠졌던 것 같지만.
수영보다는 걸터 앉아서 발만 찰랑거리는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먹었다.
다 마시고 나니.
미숫가루가 우리집에 온지 1년이 넘었음이 떠올랐다.
창문을 열었다. 비냄새가 났다.
미숫가루가 마음에 걸리지만.
더 힘을 내보기로.
난찾아먹는타입은아니다
다만활동범위내에손닿는곳에있는녀석들은정줄놓고초토화시켜버린다
그런데모니터옆에서있으면서도아직살아남은녀석이있다
와사비땅콩한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한다. 언젠가 누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에드워드 호퍼가 생각난다고 했을 때, 내색은 전혀 안했지만. 뛸 듯이 기뻤다. 유치하지만 그렇다.
by 아이퐁